세월꽃을 안고 있는 전북 부안으로의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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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진 정기영 기자] 쭉쭉 자라는 전나무 숲을 걸으면 폐 속 깊숙이 스미는 공기가 차다. 살아가면서 어지럽게 꼬여 있던 여러 일들 때문에 지근댔던 머리도 맑아지니 천년 절집 내소사로 향하는 발길은 가볍다. 절집 입구 수령 700년 된 할아버지 당산 나무가 모든 시름을 놓고 가라는 듯 위용을 보이고, 절집 마당의 1천년 된 할머니 당산 나무는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름을 어루만져주듯 그 품이 넉넉하다. 대웅전의 꽃살문은 오래된 시간이 버거웠는지 뒤틀려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보듬어 보면 꽃이 피어 있던 시간들이 잔잔하게 전해지며 시선은 당연히 절집 마당으로 향한다. 공간의 답답함 없이 넓게 자리 잡은 불전들이 정갈하다. 낙엽조차 다 쓸어 버려 텅 빈 절집 마당을 보고 있으면 채워서 가득해 버거운 것보다 비우면서 만들어내는 여유가 더 멋지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변산의 바다에서는 꽃이 핀다. 조선조 때에는 줄포만에서 이곳 곰소만 일대까지 바닷물을 끓여 화염을 생산했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지금의 곰소염전은 일제시대에 대량 생산을 목표로 만들어 그대로 이어지는 중이다. 소금은 염부의 땀과 햇살이 만들어내는 꽃이다. 햇살이 좋은 3월부터 10월까지 소금밭의 염부들은 잠시도 쉴 수가 없다. 날이 좋으면 소금의 수확량이 많아져서 바쁘고, 날씨가 흐리면 염판에 담아 놓은 바닷물에 빗물이 섞이며 양질의 소금이 안 될까 싶어 마음을 졸인다. 곰소만은 갯벌이 발달해 미네랄이 많은 덕분에 첫 맛은 짜고, 뒷맛은 개운한 맛있는 소금이 생산돼 찾는 이들이 많다. 소금 생산이 끝난 염전은 관리인의 묵인 아래 오갈 수 있는데 물이 찬 염판에 반영되는 내변산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는 변산반도의 풍경 중 압권은 채석강과 적벽강이다. 격포의 바다를 좌우로 감싸며 오랜 시간, 파도의 침식과 풍화 작용을 받아 형성된 퇴적암 절벽은 바다가 내어주는 시간이 되어야만 볼 수 있는 억겹의 세월이다. 서서히 드러나는 수많은 편들이 마치 수 천 권의 책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채석강은 그 들쭉날쭉한 층리를 따라 걷다 보면 격포항에까지 이를 정도로 넓다. 채석강이 조각가의 망치와 정에 의해 잘 빚어낸 조각품과 같다면 적벽강은 원석 그대로의 야생미를 풍긴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는 암반과 절벽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수직 주상절리와 이어지는데 한탄강의 거무튀튀한 현무암 주상절리와는 사뭇 다르다. 적벽강 위 용두산 절벽 위에는 어로 민속과 토속신앙의 전설을 안고 있는 수성당이 자리해 풍어와 안녕을 빈다.

낙산일출, 월명낙조. 일출은 동해의 낙산을 으뜸으로 치며, 일몰은 서해 변산의 월명대를 으뜸으로 친다. 월명대는 내변산의 비법정 탐방구역으로 오를 수 없는 곳이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전북학생 해양수련원 앞 조그마한 솔섬으로 떨어지는 낙조는 일몰 시간이 되면 전문 사진작가부터 여행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몰릴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일몰이 내리면서부터 느끼는 한기는 스파 펜션에서 씻어내면 좋다. 외변산의 바다를 한 눈에 즐길 수 있는 부안 펜션인 더블힐링은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고급스러움으로 눈여겨 볼만 하다. 가족, 친구, 커플 등 여행객들의 예약이 꾸준한 곳으로 전 객실 오션뷰이며, 객실마다 최고급 스파를 설치해 아늑한 공간에서의 편안한 쉼을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부안으로 여행을 오는 고객들을 위해 예약시 픽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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