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겨울, 공기부터 다른 강원도 인제 계곡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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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진 정기영 기자]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문 밖으로 나가면 코끝이 얼얼할 정도의 겨울 추위를 느껴 보던 게 언제였던가. 전 세계적으로 기후가 망가진 오늘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 겨울에 개나리가 피고, 한 겨울에는 의례 내려야 할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눈 가뭄이라고 할 정도의 겨울이 몇 년 째 이어져 눈만 내리면 너도 나도 눈을 찾아서 아니 쫓아서 다니기에 바쁘다. 이럴 때 믿고 가는 곳이 있다. 강원도 인제의 계곡이다. 늦겨울의 꼬리를 물 듯 겨울 풍경이 온전히 남아 있는 인제를 대표하는 계곡으로 겨울 꼬리잡기 여행을 떠나 본다.

강원도의 계곡을 논하자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아침가리 계곡이다. 태고의 자연미가 넘치는 계곡은 조경동에서 방동리 갈터로 이어지는 15km 정도의 협곡을 따라 트래킹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겨울 내내 계곡의 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일 년 중 15일 정도는 얼음 트래킹이 가능하지만 올해는 날씨로 인해 입맛도 다시지 못했다. 정감록에서 언급한 ‘난을 피해 편히 살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는 3둔 4가리 중 하나인 아침가리는 ‘아침에만 해다 든다’라고 할 정도로 좁은 협곡이며, 최고의 원시미를 안고 있는 곳이다.

여름이라면 방동약수터부터 시작해 협곡의 물길을 따라 긴 트레킹이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짧게 트레킹 하는 것이 좋다. 날머리로 통하는 진동 2교 ‘보호수면 지정 안내판’ 뒤쪽 농수로를 따라 걷다가 수중보와 만나면 그 때부터 본격 계곡 트레킹이 가능하다. 계곡을 지그재그로 건너면서 눈으로, 몸으로 겨울 왕국을 맛 볼 수 있다. 겨울 계곡 트래킹은 들머리와 날머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 목적지를 설정하기보다 걷다가 지루하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게 좋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명경지수가 따로 없을 정도로 고요함을 자아낸다.

계곡을 따라 쌓은 무수한 돌탑에는 쌓인 돌의 숫자만큼 소원이 담겨 있다. 큰 비가 내려 돌탑이 무너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쌓아 놓기를 수천, 수만 번. 계곡의 명칭보다 절집의 이름이 더 익숙한 백담사가 있는 백담 계곡은 봉정암에서부터 수렴동 대피소까지 이르는 구곡담 계곡, 수렴동 대피소에서 백담사까지 이르는 수렴동 계곡이 합쳐지면서 대청봉의 서쪽 골짜기를 흐르는 한 물이 된다. 백담사에서 용대리로 흐르는 백담 계곡은 설악동보다 조용하고 소복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걷거나 셔틀버스를 타고 오갈 수 있다.

깨끗한 암반과 조약돌, 맑은 물과 울창한 산세가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빼어난데 이곳까지 오가는 길도 좋아 인제의 대중적인 여행 명소가 된지 오래다. 계곡 중심부에 자리 잡은 백담사는 천년이 넘은 절집이지만 여러 차례 중건을 한 후 오늘에 이르며, ‘님의 침묵’을 집필한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리를 깎고 수도한 곳이다. 백담(百潭)은 그 명칭처럼 물이 고인 깊고 넓은 담이 100개가 있다고 해서 붙여졌을 정도로 설악의 모든 계곡을 합치는 어머니 계곡이라 불러도 무관하다.

여름이면 계곡을 따라 즐기는 리버버깅의 성지인 미산계곡은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에 위치한 개인산 자락을 따라 형성된 계곡이다. 소개인동, 대개인동으로 분류되며 인적이 드문 계곡 깊숙이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산 개인약수 자연생태 탐방로’를 조성해 원시의 숲속을 걸으면서 체험할 수 있다. 미산 마을 주민들과 인제군이 힘을 합쳐 사라진 옛길을 복원해 만든 탐방로는 인공 구조물을 배제하고, 계곡 절벽으로 인해 걷기 힘든 구간만 데크 로드를 설치해 원시의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내린천 상류 미산리 일대 10km를 흐르는 물길은 미산(美山)이라는 이름이 이곳 풍경을 말한다. 여름에는 산허리에 걸친 안개가 선경을, 겨울에는 사복사복 내리는 눈이 진경산수가 연상될 정도로 아름답다. 계곡의 물이 맑아 꺽지, 갈겨니, 모래무지 등을 견지낚시로 잡으려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오버랩 된다. 미산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531호로 지정된 ‘개인약수’가 있어 탄산성분은 물론 특유의 비린 맛과 톡 쏘는 맛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다. 계곡의 상류에는 3둔 4가리중 하나인 살둔(생둔) 마을이 있다.


어느 노랫말처럼 ‘인(이)제 가면 언제 오나’라고 할 정도로 깊은 산중이었던 인제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하루 생활권이 됐지만 여유 있게 다녀오려면 1박 여행을 권한다. 인제군은 인제읍, 남면, 북면, 기린면, 서화면, 상남면으로 나눌 정도로 구역이 넓다. 여행지에 맞춰 숙소를 결정하고 싶다면 ‘인제군 민박협의회’를 통해 알아보는 게 좋다. 행정구역에 따른 민박, 펜션 정보와 함께 등산, 레포츠, 축제, 먹거리, 숨은 명소까지 인제의 모든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공기부터 다른 청정 자연 강원도 인제 여행 이제 전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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