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해맞이, 행복한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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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해맞이를 보기 위해 달리고 달려 도착했던 호미곶, 몇 해가 지나 다시 가고 싶었지만, 그 인파에 고생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한해 한해를 보냈던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10년이 훌쩍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요즘 그곳을 다시 찾았다.

동해 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야속하게도 더위를 안고 내 보내려 하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은 돋보기로 온 나라를 태울 기세다. 바람은 불었으나, 창문을 열지 못했다. 그 열기에 숨이 막혀 감히 열 수 없었다. 차 에어컨의 성능을 실험하기라도 하듯,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해안선으로 차를 몰았다. 동해안 자전거 종주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무더위에 자전거를 타고 굴곡진 해안 도로를 달리는 사람을 보니 존경심까지 들었다.

보고 싶었던 바다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더위는 더 두렵지 않았다. 시원한 차 안을 택하기보다는 바다를 선택했으니. 시선은 바다를 훑었고,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은 내 살을 태우듯, 벌겋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러나 해변을 떠날 수 없었다. 에메랄드빛은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듯 마음을 내려 놓게 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그런 바다, 그저 그런 풍경일 수 있으나, 내게는 달랐다. 그날의 하늘, 그날의 빛, 그날의 마음은 더위를 이기고도 남을만했으니.

도로는 한산했다. 중간중간 정차할 수 있거나, 주차할 수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있었다. 나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거겠지. 때마침 차를 세우고 바다로 내려갔다. 사람들은 이미 넉넉한 바다의 품에서 베짱이처럼 여유를 맘껏 부리고 있었다. 물은 깨끗했고 여행자의 마음도 넉넉했다. 가슴 깊이 새기기라도 하듯 한참을 바다에 발을 담그고,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이후 차는 몇 번의 정차를 하며 포항에 도착했다.

이 무더위에 나는 왜 해맞이를 하고 싶었는지? 왜 하필이면 이곳인지? 시간이 갈수록 조급해지는 마음이 생기고, 자존감이 떨어질 때, 전환점이 필요했다. 이 여름은 한계를 뛰어넘게 하고 또 다른 한계를 만든다. 아이가 클수록,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마음도 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다. 지금의 자리에서 안주하기 싫은 작은 몸부림이 이곳까지 오게 한 것이다.

호미곶 아침 5시 40분경, 상생의 손 뒤로 붉게 태양이 타올랐다. 부스스한 머리도, 화장기 없는 얼굴도, 잠이 덜 깬 채로 등에 업혀 온 아이도 빛으로 밝아지고 있었다. 내 눈동자에 들어온 붉은 태양은 내 심장에 꽂혔다. 물이 없어 흐느적거렸던 물고기가 다시 물을 만난 것처럼 느리게 뛰었던 내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 일상이 아닌 가슴이 뛰는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곳에 왔거나, 다른 이유에서 왔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곳의 사람들은 이전보다 한 끗 차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 호미곶을 찾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한 해의 절반을 지나 가을을 맞이하기 전 8월,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할 사람들의 모습에 고향의 냄새가 났다. 풋풋하고 정감 어린 그 고향의 느낌, 특히 웃음 주름, 나이주름이 깊게 폐인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 손자와 손을 꼭 잡고 해돋이를 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어깨, 출산을 앞둔 예비부부의 다정한 두 손, 20년 만에 다시 왔다며 너무 좋아하시는 여고 동창생 엄마들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은 어쩜 태양보다 더 뜨거운 가슴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얼마나 뜨거운 가슴을 가졌는지 모른 체 말이다. 우린 사진을 찍으며, 태양을 담고 자신을 담으며, 같은 시간에 다른 아침을 맞이했다.

삶이 무료해지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삶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이다. 그때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행복은 그 누가 가져다줄 수 없는 것이기에 자신이 찾아야 한다. 우린 끊임없이 자신을 열고,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채우려 노력하면 되고,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을 찾아야 한다. 하루 한 번이라도 행복했던 순간을 떠 올려보자. 단 한 번의 행복한 순간을 찾았다면, 그다음 날은 2개, 또 그 다음다음 날은 4개,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한 순간은 더 자주 더 많이 나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아이가 웃는 모습에서, 우연히 좋아하는 음악을 듣게 될 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때,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예뻤을 때, 손잡고 걷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나를 둘러싼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통한다면 힘든 시간은 행복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을 때가 많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행복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은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 방으로 그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정작 옆에서 손을 흔들며, 안간힘을 쓰며 봐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잠시 잊고 살았다.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었던 날들을, 이번 여행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에, 내가 아직 넘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것에, 그리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찾았기에 다시 행복해지고 있다.

새해 해돋이만 첫날이 아니라 첫 해돋이를 본 날이 행복한 희망의 1일이다.
그 하루를 지금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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