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것을 비우는 연습 '가을 산책' 성북동 길상사

1
3827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

  

법정스님이 쓴 무소유라는 책에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만족할 줄 모르고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법정 스님이 일찍이 말한 무소유의 참된 기쁨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려면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보듬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2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유명해진 『길상사』의 창건은 이 ‘무소유’에서 시작되었다. 일제시대 대표 시인 ‘백석’(白石)과의 못다 이룬 사랑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던 기생 김영한은 법정스님의 무소유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아 ‘백석의 시 한 편만 못하다’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던 1천억 원이 넘는 고급 요정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였고, 이를 번번이 거절하다 10년 만에 그녀의 뜻을 받아들여 1997년 마침내 『길상사』라는 절로 거듭났다. 더불어 아름다우면서도 애틋한 사연을 지닌 그녀의 이야기는 청정한 기운이 가득한 이 가을날, 우리의 발걸음을 『길상사』로 이끈다.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12

 

    도심 사찰,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8

 

고즈넉해 걷기 좋은 성북동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길상사』. 법정스님의 혼이 살아 숨쉬는 곳이자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사찰이라기보다 잘 꾸며놓은 도심 속 커다란 공원에 가깝다. 이 도심 속 단아한 사찰은 언제 찾아가도 사색과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지만, 시인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이야기 때문인지 그리움과 낭만의 계절인 가을이면 유독 메말라있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듯하다.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14

 

『길상사』는 사찰 내 일부 건물은 개보수했으나 사찰 출입문은 물론 대부분의 건물은 대원각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불전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찰들과는 다른 건물구조와 공간 배치를 확인할 수 있다. 큰 홀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을 개조한 주불전인 극락전을 중심으로 지장전, 설법당,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크고 작은 별채들을 활용한 요사채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가 하면 팔각정의 범종각은 과거 기녀들이 옷을 갈아입던 곳으로 김영한 여사가 법정 스님께 부탁하여 저곳만은 꼭 범종이 울리는 곳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11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7

 

그런가 하면 고즈넉한 사찰입구에 들어서면 붉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화려한 빛깔의 가을 꽃‘꽃무릇’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꽃무릇’은 꽃이 시든 후에 잎이 피어나고 잎이 시든 후에 꽃이 피기 때문에 한 몸이건만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여 상사화(相思化)라고도 불리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는 시인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이야기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며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사찰 주변을 화려하게 수놓는 화려하게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애처롭게 한다.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18

 

한편 『길상사』에는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가 벽을 허물고 교류하길 바라는 법정스님의 염원이 담긴 길상보탑과 묵언수행을 할 수 있는 침묵의 집 등 참선과 사색을 위한 공간이 처처에 있어 조용히 절을 둘러보며 사색과 휴식을 겸하기에 좋다. 길상헌 옆으로 흘러 내려오는 작은 개울과 아기자기한 정원, 『길상사』 뒤편 가을 색으로 물든 수목이 울창한 산책길, 설법전 앞으로 내려다 보이는 성북동 주택가까지. 곳곳에 쓰여진 법정 스님의 어록들과 함께 청명한 가을냄새를 따라 산책하며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무릇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고,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다고 하지 않던가.

 

에스제이진-성북동길상사3

 

[가을 산책길에 함께 하면 좋은 음악]

시와-길상사에서
시와-랄랄라
제이레빗-내 모습 그대로
My Aunt Mary-4시 20분
윤도현-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

에스제이진 에디터 서세라

sjzine

sjzine

* 위정보는 작성된 날짜 기준입니다. 여행하시기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사진,텍스트,영상은 SJZINE의 저작권임으로 무단사용을 금합니다.
* 기사 자료가 필요하신 분은 sjpension@naver.com으로 별도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sjzine

Latest posts by sjzine (se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