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을 품은 달, 가을밤 돌담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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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진-궁투어

 

가을이라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단어를 꼽자면 열 개도 더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이라는 단어의 연인처럼 함께 붙어있을 때 더 깊은 정서를 자아내는 말이 있다. 바로 정취다. 가을 정취는 그 어느 계절의 정서보다 깊은 감흥이 풍겨낸다. 매 해 느껴도 참으로 운치가 있고, 취한다고 표현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이번 가을은 어디에 가서 가을 정취를 느껴볼까 고민된다면, ‘궁’은 어떨까. 경복궁과 창경궁이 가을을 맞아 야간개장을 한다. 달 밝은 밤에 돌담길을 걸으며 예스러운 건축물을 보며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면, 이거야말로 제대로 진한 가을놀이다. 주저하지 말고 지금 바로 가을밤 나들이를 계획해보자. 가기 전에 경복궁과 창경궁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껴진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근처 맛집까지 놓치지 말기.

 

   경복궁

경복궁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다섯 개의 궁궐 중 첫 번째로 만들어진 곳으로 1394년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인 1395년에 완성되었다. 경복은 ‘큰 복을 누리라’는 뜻이며 정도전이 이름을 지었다. 이 후 임진왜란 때 불이 나 무너지게 되고 조선 말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지휘 아래 새로 지어졌지만 얼마 되지 않아 건청궁에서 명성황후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일제 때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경복궁 내에 만들어 조선 왕조의 상징을 훼손당하는 비극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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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중심에는 근정전이 있다. 2층 월대 위에 장엄하게 서 있는 건물로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이자 공식 행사나 조회 등에 사용한 건물이다. 근정전 뒤로는 임금의 사무실이라 할 수 있는 사정전과 침실인 강녕전, 왕비가 거처하였던 교태전이 이어진다. 근정전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나가면 연회의 장으로 사용되었던 경회루를 보게 된다. 인공 연못 위로 지어진 2층 누각 건물로, 남아 있는 목조 건축물 중에서 크고 아름답기로도 손에 꼽힌다. 경복궁에서 빠뜨리지 말고 보아야 할 것이 교태전 아미산과 자경전 장생 굴뚝으로, 굴뚝 원래의 기능적인 역할에 더하여 여성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미학적인 요소도 함께 고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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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야간개장은 10월 22일부터 11월 3일까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10월 28일은 휴관이고, 입장마감은 9시다. 예매는 15일 오후 2시부터 일반인은 옥션티켓, 인터파크 혹은 인터파크 앱으로 신청하면 된다. 만 65세 이상 및 외국인은 전화 혹은 선착순으로 현장 구매도 할 수 있다. 입장료는 3000원이다.

오감을 만족시키려면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가까운 통의동으로 향해본다. 경복궁에 온 김에 왠지 한국적인 보양식을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삼계탕집 황후명가에 가보자. 전통 삼계탕에 산삼배양근과 동충하초를 곁들인 보양삼계탕을 먹을 수 있다. 인사동 삼계탕이 14000원. 밤 12시까지 하는 서울식 카모메식당은 어떨까. 목화식당을 추천한다. 카레라이스, 햄버그 스테이크, 고추장 치킨구이 등 메뉴가 다양하다. 안주류와 음료, 주류도 있다. 햄버그 스테이크가 8500원. 분위기 나는 ‘여성여성’한 곳을 원한다면 까페 디미가 좋겠다. 직접 빚은 생면으로 만든 오일, 크림 파스타와 리조또가 있다. 파스타 15000원부터.

 

   창경궁

창경궁은 1483년부터 1484년까지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의 거처를 위해 지었다. 독립적인 궁이면서 창덕궁과 연결되어 창덕궁의 모자란 주거공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다. 창경궁 역시 1592년 임진왜란으로 모든 전각이 불에 탔고, 1616년에 재건되었다. 그러나 이 후 계속된 화재로 내전이 소실되었다. 화재에서 살아남은 명정전, 명정문, 홍화문은 17세기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주며, 정전인 명정전은 조선왕궁 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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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도 일제식민 시기 크게 훼손되었다. 궁 안의 전각들 대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하고,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킨 후 궁 안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벚꽃을 수천 그루 심어 밤 벚꽃놀이를 하기도 했다. 이 후 1980년대에 복원사업을 통해 일본식 건물을 철거하고, 소나무•느티나무•단풍나무 등으로 교체하여 한국 전통의 모습을 되찾았다.

창경궁 야간개장은 10월 21일부터 11월 2일까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10월 27일은 휴관이고, 입장마감은 9시다. 입장료는 2200원이고 예매시기와 방법은 경복궁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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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밤 나들이를 완성시켜줄 저녁식사는 성북동이 딱이다. 41년 된 중국집 송림원은 어떨까. 이 집에서 탕수육을 먹고 나면 내가 그동안 먹은 탕수육은 뭐였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바삭하고 내용이 실하다. 양장피도 맛있다. 짜장면 4000원. 소박한 성북동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내츄럴한 건물 디자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시리어스델리가 나온다. 고르곤졸라 피자는 치즈가 듬뿍인데다 바삭한 도우 맛에 남김없이 먹게 된다. 고르곤졸라 피자 14500원. 쌀쌀한 밤바람에 소주 한 잔 생각난다면 횟집 섭지코지를 추천한다. 적은 양의 다양한 회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곳이다. 연어회 9000원을 시작으로 고등어회, 문어가 10000원. 매운탕으로 입가심. 긴 산책 후 그윽한 커피 향이 그립다면 까페 일상에 가본다. 커피 맛이 깊다.

내일의 일정이 여유가 있고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아쉽다면, 심야영화를 한 편 봐도 좋겠다.

경복궁와 창경궁 모두 임진왜란과 일제식민지 시기에 불타고 훼손된 아픈 역사를 가진 공간이다. 궁을 품은 달, 그 달빛의 아름다움 속에서 전쟁과 식민의 시기 고통을 겪은 우리의 먼 선배들을 잠시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가을은 감흥에 젖기에도 좋지만 사색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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